[뉴스현장] 산책하던 부부 덮친 전동킥보드…미비한 규제·손놓은 정부<br />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노부부가 고등학생이 몰던 전동 킥보드에 치여 아내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최근 발생했습니다.<br /><br />가해 학생들은, 공원에서 헬멧도 쓰지않고 면허도 없는 상태로, 한 킥보드에 두 명이 동시에 타고 있었는데요.<br /><br />만연한 전동 킥보드 안전 문제에 경종을 울린 이 사건, 취재기자와 함께 더 깊게 알아보겠습니다.<br /><br />차승은 기자, 먼저 이번 사고의 개요부터 간략히 정리해주시죠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네, 사고는 지난달 8일 일어났는데요.<br /><br />오후 7시쯤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산책 중인 60대 노부부의 뒤를 고등학생 2명이 탄 전동킥보드가 덮친 사고였습니다.<br /><br />사고 직후 부부 모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.<br /><br />아내는 머리를 크게 다쳐서 결국 사고 아흐레 만에 뇌출혈로 숨졌습니다.<br /><br />남편도 뼈가 부러지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등 신체적, 정신적 피해가 큰 상황입니다.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네, 정말 안타까운 사고였는데요.<br /><br />전동킥보드가 어떻게 부부를 치게 된 겁니까?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요.<br /><br />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현장에는 전동킥보드와 피해자인 부부 외에 자전거를 탄 9살 아이도 등장합니다.<br /><br />그러니까 전동킥보드가 공원을 질주하던 중에 왼쪽에서 자전거가 전동킥보드 경로 안으로 들어왔고, 이후에 전동킥보드가 오른쪽에 있는 부부를 친 건데요.<br /><br />전동킥보드를 탄 가해 학생들은 자전거를 피하려다가 사고가 났다,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그렇군요, 그런데 앞서 말씀 드렸지만, 가해 학생들이 탄 전동킥보드, 안전수칙을 거의 지키지 않았다구요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그렇습니다.<br /><br />킥보드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요.<br /><br />학생들이 법에 어긋난 주행을 한 겁니다.<br /><br />먼저, 공원 진입부터가 문제였습니다.<br /><br />도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서 공원에는 전동 킥보드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.<br /><br />제가 이 공원을 직접 가봤는데 '전동킥보드 출입 금지' 안내문도 공원 이곳저곳에 붙어 있었습니다.<br /><br />심지어는 가해 학생들이 질주한 경로에도 이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.<br /><br />또, 학생들은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고요.<br /><br />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이 면허도 없었습니다.<br /><br />속도도 문제였는데요.<br /><br />학생들이 달린 자전거 도로는 시속 20km로 제한되는데, 사고 당시 학생들이 탄 전동킥보드 속도가 시속 21km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.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한 킥보드에 두 명이 탄 것도 불법인 거잖아요?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그렇습니다.<br /><br />제가 가장 주목하고 싶은 점이기도 한데요.<br /><br />사실 거리를 둘러보면 한 킥보드에 두 명은 약과고, 서너명 씩 타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?<br /><br />그런데 정원 초과 탑승은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전동 킥보드 사고 원인이라고 합니다.<br /><br />1인승 전동 킥보드에 2명 이상이 타게 되면 균형을 잃기가 쉽고 방향을 트는 것도 어려워지는데요.<br /><br />제가 자문을 구한 전문가도 이 점이 사고 위험을 더 키웠다고 본다고 의견을 전했습니다.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어떤 사건이 터지고 나면,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의도로 요즘 SNS에서 이런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고 합니다.<br /><br />"취재가 시작되자" 인데요.<br /><br />실제로 고양시가, 사고 이후에 보도가 나가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니까, 부랴부랴 조치를 취했다면서요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그렇습니다.<br /><br />사고 이후에 시의 관리 소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쏟아냈습니다.<br /><br />먼저, 경찰과 협력해서 무면허 운전과 헬멧 미착용, 2인 이상 탑승 등 이용자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단속하고, 대여 업체의 운전면허 인증을 의무화할 방침입니다.<br /><br />공원과 아파트 단지 내 전동킥보드 운행 금지 구역도 설정하기로 했고요.<br /><br />잘 알려져 있지 않은 운행 수칙도 널리 홍보하고, 전동 킥보드 안전 교육도 확대할 계획입니다.<br /><br />또, 단속과 관련된 법안의 조속한 마련을 정치권에 촉구할 예정입니다.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경찰의 수사도 궁금합니다.<br /><br />이후에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소지도 있다고 하던데, 어떤 얘깁니까?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경찰은 전동킥보드에 타다가 사고를 낸 10대 고등학생 2명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는데요.<br /><br />말씀하신대로 추가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.<br /><br />헬멧 미착용, 정원 초과 탑승 등은 범칙금으로 끝날 수 있지만, 무면허 운전은 다릅니다.<br /><br />단순히 범칙금 10만 원 내는 걸로 끝낼 수 없는데요.<br /><br />무면허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 사고에 속하기 때문입니다.<br /><br />12대 중과실 사고는 운전자의 중대한 과실로 사람이 다치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교통사고를 말하는데요.<br /><br />무면허 운전 외에도 신호위반, 음주운전, 중앙선 침범 등이 있습니다.<br /><br />이 경우에는 피해자와 합의가 됐거나 보험 처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.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장소가, 법상에서 도로로 분류가 돼 있지 않다면, '12대 중과실 사고'로 적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요?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맞습니다.<br /><br />쉽게 설명하자면, 운전면허 시험 준비할 때 널따란 공터나 운동장에서 차량 주행 연습하지 않습니까?<br /><br />이곳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무면허로 운전을 했지만 처벌받지 않는데요.<br /><br />이처럼 사고가 발생한 공원 내 도로도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분류가 돼야만 무면허 운전으로 가중처벌할 수가 있습니다.<br /><br />도로교통법상 도로의 조건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쟁점이 되는 것으로는 차량의 출입이 자유롭고, 차단기나 경비원 등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공개된 장소여야만 하는데요.<br /><br />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상위 기관인 경찰청에 "사고 도로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봐야 하느냐" 질의를 넣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.<br /><br />답변은 다음주 쯤 나올 것 같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.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네, 전동킥보드가 코로나19 이후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, 이제는 하나의 대중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.<br /><br />문제는 이렇게 안전사고가 잇따르다보니 '도로 위의 시한폭탄', 고라...